오늘이 보이는 세계사 : 프랑스인의 당돌한 역사 읽기 일상/리뷰2010/02/05 13:48
| 삶을 한 마디로 정의하라는 건 가혹한 요구이겠지만, 굳이 답변을 하자면 나는 ‘만남'이라고 대답할 것 같다. 의욕해서 만남이 이뤄지기도 하고, 의욕하지 않았는데 우연히 만남이 이뤄지기도 한다. 이 책 『오늘이 보이는 세계사』는 우연한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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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하신 분이 부제를 정말 잘 붙이신 것 같다. 프랑스인의 ‘당돌한’ 역사읽기라는 말이 참 어울리는 책이다. 굳이 세계사란 타이틀을 유지하려 한다면 ‘유럽중심적 사고의 세계사'라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다. 몇 줄을 제외하고는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동아시아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다.
그러나 이 책은 재미있다. 유럽의 지식인, 더 정확히는 프랑스의 지식인이 가진 편견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동양인은 불공정함에 분노할 줄 모르는 바보집단이었다고 묘사하는 것은 분명 지나치다. 공자와 노자가 권위에 대한 복종하고 순종하도록 가르쳤기 때문이라는 인식은 그렇다 쳐도, 불교는 현실에 대한 환멸의 종교라고 정의하는 것, 자살이 불교의 이상이라는 평가는 가소롭기까지 하다. 웹상에서나 구경할 수 있는 찰나적인 생각을 진리인양 서술하는 두 명의 저작자는 소위 프랑스의 지식인에 속한다. 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이며 베스트셀러 작가라고도 하는데, 특히 ‘장 클로드 바로’라는 사람은 프랑스 대통령 자문역을 지내기도 했다고 소개되어 있다.
역사는 과학이 될 수 없을 것이며 정교하고 정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생생하게 목격하고 있는 오늘의 역사조차도 정확하게 규정할 수는 없는 법이다. 이명박 대통령을 서민의 삶을 말살하고 부자들의 권익을 추구하는 지도자로 평가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세계적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훌륭한 지도자로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 훗날의 역사가들이 조중동을 통한 사료를 제시하여 논리를 펴면 그는 위대한 지도자가 될 수 있을 것이며, 한겨례와 오마이를 비롯한 진보측 사료를 제시하면 그는 부자들의 앞잡이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가장 공정한 시각은 어느 누구도 ‘이명박’이란 사람의 속내를 알 수 없다는 것일게다. 사람이 다른 사람의 속내를 파악할 수 있다는 확신만큼 교만이 있을까? 사람은 자기 자신조차 정확히 모를 것이니, 막상 닥치지 않는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지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이미 나라는 끝장났고, 조선 최고의 부자가 되느냐 죽느냐의 선택의 기로에 선다면, 이완용의 길을 가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이 책의 저자들이 서술하고 있는 세계사적 지식은 내가 감히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그러나 그 지식에 기반한 평가와 관점은 심각한 편견을 보인다. ‘불교는 자살을 찬미하는 현실 혐오의 종교’로 보는 것은 과하다. 중국의 만리장성 밖의 민족들은 문자가 없던 선사시대를 벗어나지 못했던 야만인들이라 확신하는 것도 심하다. 제국적 식민주의를 거쳐야만 하는 수순으로 보는 것도, 식민을 통해 문명을 발달시켜주었다는 시각도 황당하다.
비교적 냉정하다고 생각하는 인도의 전 총리 네루의 옥중저서 『세계사편력』에도 ‘한국은 옛날부터 중국의 종속국이었다’고 기술되어 있기는 하다. 물론, 그러한 시각은 외부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사람이기에 충분히 가질 수 있는 평가일 것이다. 사실 우리 내부에서도 그러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지문의 다양성만큼 생각도 다양하기 마련이다. 그러한 다양성은 인정하고 존중해 주어야 마땅하다. 공자께서 말씀하신 「화이부동(和而不同」-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지 반드시 똑같아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는 참 좋아하는 명언 중 하나이다. 같아야만 하는 것은 인간을 로봇으로 만드려는 것일게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이 책의 저자들은 외부에서는 자신들의 시각을 편협하게 바라볼 수 있음을 모를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그 반면에 ‘내 자신도 이 사람들처럼 편협하게 고정된 편견이 있음’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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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인 그들만의 세상에서 바라보니
세상이 좁은게죠.
모르고 하는 말들을 어찌 야단치겠습니까?..ㅎㅎ
옳으신 말씀입니다. ^^ 댓글 감사드리구요. 즐거운 주말 보내십시오. 바람이 센데 건강 조심하시구요 (__)~